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다시 한 번 적신호가 켜졌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정치·군사 갈등과 지난 3일 대만 동부 화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은 대만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은 이번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현재, 대만은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의 약 70%와 10㎚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92%를 담당하고 있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 내에서 반도체 생산이 중단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은 사실상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지진은 대만의 안정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세계적으로 대만 이외의 곳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뜨고 있는 대안은 동남아시아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반도체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빅테크 기업들은 대만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인텔, AMD, 인피니온 등이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 UMC 등이 싱가포르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TSMC 자회사인 뱅가드반도체국제그룹(VIS)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동남아의 강점은 낮은 인건비와 숙련된 노동력에 있다. 특히, 후공정(백엔드) 사업은 동남아가 전문 분야로 꼽히며, 이는 대만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평가된다. 또한, 대만과 비슷한 수준의 고급 인력과 최신식 공장을 갖춘 곳은 드물기 때문에 대만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대만의 지위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만한 곳은 아직 미비하다. 이에 미국과 일본은 아직까지 대만을 버리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TSMC 등은 여전히 대만에서 주요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러한 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대만과 경쟁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만에 의존하지 않는 다변화된 공급망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대만의 반도체 위기는 단순한 위기가 아닌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